'equinox'는 지구의 적도가 태양의 중심점을 가르며 지나가는 시기를 말한다. 4계절 가운데 봄과 가을의 춘분/추분점이 이에 해당한다. 1분, 1초의 차이에 의해 생겨나는 영향권 변동의 경계선이기도 하는 이것을 본 작업에서는 작은 진동과 충격에 의해서도 파동이 일어나는 불안정한 평형 상태의 상징으로 바라본다. 우주의 모든 생태는 이것으로 특징지어진다. 생명체의 피부와 숨은 한 순간도 동일한 것으로 재생 혹은 발생되어 지지 않는다. 항상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기류처럼 진동의 연속성이 모든 생태 구조를 지탱하고 있다. 측면에서 바라본 수면 위의 파동 움직임 처럼, 굴곡의 정도가 각기 다른 요소들이 만들어 내는 시간적 변화는 생태 구조가 유지될 수 있는 기본 원리이며, 이것에 대한 한 가지 예시를 서로 다른 주파수(일정 시간 길이당 이루어지는 공기 중의 파동) 변화를 겪는 사운드 오브제들의 간섭 작용과 사운드 질감의 대비로 표현하고자 하였다.
 

 설치된 8개의 스피커에서는 2개의 그룹으로 나뉘어진 소리가 흘러나온다. 하나는 국악(아악) 5음계 구조가, 다른 하나는 설치 공간 내외에 설치된 마이크로 부터 실시간 녹음된 사운드가 오디오 프로세싱의 변화를 거쳐서 흘러나온다. 첫 번째 그룹의 사운드들은 음정의 변화를 야기함과 동시에 서로 인접한 주파수 사이에서 발생되어 지는 Beating frequency 현상을 만들어 낸다.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이 현상이 일어나는 주파수 대역은 변화를 거듭하고, 관람객의 움직임이 없으면 다시 음률적 구조가 명확한 상태로 돌아온다. 두 번째 그룹의 사운드들 역시 관람객의 움직임과 위치에 따라 소리 발생 지점이 달라지고, 주파수와 볼륨 구조(envelope)의 변화를 겪으면서 관람객의 이동 동선을 따라온다. 그리고 관람객의 움직임이 인지되지 못하면 원래 녹음이 된 상태로 돌아 오면서 소리의 발생 지점은 모든 스피커에서 무작위적으로 한 번에 하나의 녹음 샘플이 재생된다. Equinox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이 상반되는 두 가지 소리 구조는(미리 만들어진 음악적 구조와 자연상에서 우연히 발생하는 사운드의 복합적 질감: timbre) 오디오프로세싱으로 인해 서로 섞이면서 변주를 거듭하고 변화하는 불안정한 환경과 명확한 소리 환경을 보여주고 있으며, 하나의 연속체 처럼 관람객과 함께 에너지를 변화시키게 되는 공간의 유기성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