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ID-19’: 시각적 지평의 변화를 요청하는 증후에 대하여

이 승 훈,  미 술 평 론 가

 송주관, 임수빈 작가가 기획하고 진행하는 이번 전시는 ‘COVID-19’라는 감염병을 일으키는 병원 체에 대한 이야기로부터 시작되고 있다. 병원체라는 것은 살아있는 세포에 기생하고 증식하는 미생물을 말한다. 그런데 작가들은 최근의 ‘COVID-19’로 지칭되는 병원체가 근래 2년 가까이의 긴 시간 동안 지구 전 지역의 인간들에게 신체적인 위협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적인 삶 전반을 바꾸어 놓을 정도로 강력한 도전이 되었던 점에 주목하는 가운데 그들의 작업을 전개 한다. 그리고 작업에서 인간과 병원체 사이의 관계를 숙주와 기생 생물의 관계라고 할 때 이들의 공동진화의 가능성에 대해 질문을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작가들은 이러한 질문이 갖는 함의가 무엇인가에 대해 대화할 수 있는 장을 미디어 사운드 작업 및 설치 작업 등을 통해 제시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작업을 통해 이들은 우리 인간들이 살아가고 있는 이 세계를 좀 더 면밀 히 들여다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내는 작업을 수행해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진화 그리고 진보 작가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전개함에 있어 ‘COVID-19’라는 병원체의 변이 과정을 통해 생명체의 ‘진화’를 점검하면서 인류의 문명과 역사의 ‘진보’의 과정과 지속적으로 비교하거나 그 관계를 추적해 나간다. 물론 ‘COVID-19’는 인류의 역사에 비하면 매우 짧은 기간 동안에 일어난 변이의 한 양상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진화’라는 자연의 섭리를 그대로 이행하고 있는 이 생태학적 현상은 한편으로는 인류의 문화와 역사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것과 함께 다른 한편 자연과 인류의 진화의 다양한 양상들로 이해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진화 그리고 진보라고 지칭될 수 있는 자연과 인간 사이의 관계와 차별성을 분명하게 목격할 수 있는 지점도 있다는 것을 작가 들은 제안하고 있다. 이들은 먼저 ‘COVID-19’의 진화 혹은 변이의 방식이 놀랍도록 전략적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인간을 숙주로 삼아 인간의 문화 그리고 역사의 흐름 속에서 바이러스와 같은 병원체들은 다양한 형태로 변이를 지속 하였으며 숙주인 인간과의 공진화 과정은 인류 문화와 역사 를 바꾸는 동인이 되기도 하였다는 점을 그들의 작업에 앞서 전제한다. 그런데 여기서 작가들이 놀라운 것이라고 표현한 부분은 바이러스에 대해 의인화하여 표현한 것으로 읽혀지는데 사실 주의 깊게 고찰해 보아야 하는 것은 ‘진화’라는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는 ‘자연의 섭리’, 즉 이 세계의 시스템과 그것의 작동 원리인 알고리즘 그 자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왜냐하면 ’진화’에 대한 시 각은 이것과 비교할 수 있는 인간의 역사에서의 ‘진보’라고 지칭해온 부분에 대한 평가, 혹은 시각의 전환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연 발생과 잉여 욕구

 이번 전시를 기획한 작가들은 특별히 자연과 인간의 영역을 ‘진화’와 ‘진보’라는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누어 살펴보고자 하고 이를 그들 작업의 중요한 작업 개념으로 가져오고자 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방식이 타당해 보이는 것은 인간 역시 자연의 일부임에도 ‘진화’와 달리 인류 역사에서의 ‘진보’는 일정한 차이가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먼저 ‘진화’라는 것을 살펴보게 되면 자연 내의 생명체의 발생 과정에서 생명체 내부에 내장된 생존 욕구 혹은 그와 관련된 것으로 보이며, 생명체의 변이 및 자연 선택이라는 알고리즘이 어떻게 발현 되었는가를 보면 진화의 양상에 대해 살펴 볼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작가들은 이와 같은 진화 과정에서 인간이라는 카테고리로의 변이 과정에서는 특히 차별화 된 무엇인가가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던 것 보이며, 이 작가들은 이를 ‘잉여 욕구’라고 지칭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라캉이 욕망을 인간의 마음 속에 채워질 수 없는 욕구 로 인간 측면에서의 근본적 결여를 강조하기 위해 사용하였다면 이들이 사용하고 있는 ‘잉여 욕구’라는 말은 잉여라는 쓰고 남아 돌거나 넘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무엇인가 인간 욕구의 다른 측면을 강조하고자 하였던 것 같다. 그것은 자연이라는 시스템 차원 내에 있음에도 한 없이 팽창하고자 하는 인간의 무한한 욕구가 매번 그 한계를 넘어서고자 하는 것에 대해 주목하도록 만들기 위한 방법으로 보인다. 자연이라는 시스템에서 거시적으로 인간의 욕구를 다시 바라 보는 가운데 이를 인간 중심적 시각이 아닌 다른 관점에서 재정의 해 보고자 제시하게 된 개념인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보면 이들이 ‘진화’와 ‘진보’, 또는 ‘자연 발생’과 ‘잉여 욕구’와 같은 대립적 구조를 제시하고 있는 것은 그들의 작업을 접하는 관객들에게도 인간 중심의 시각으로부터 벗어나 시점의 전환할 수 있는 하나의 개념적 장치를 선제적으로 마련해 두고자 작업에 앞서 미리 제시하게 되었던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 같다.

 

 소리로 변환된 미시 생태환경

 이번 전시에서 송주관 작가는 사운드로 변환된 생태환경을 조성해 낸다. 물론 이를 위해 소리를 전달하는 도구인 스피커를 사용하고 있지만 이는 무선 네트워킹에 의해 연결된 사각 판넬 안에 담겨 있고 이는 다시 전시장 안에 세가지 크기로 각각 수십 개의 위치에 펼쳐져 있는데 마치 유하듯 매달려 있는 방식으로 공간 설치 작업이 되도록 함으로써 시각과 청각이 결합되어 있는 상황을 보여 준다. 뿐만 아니라 작가는 숙주인 인간과 기생 생물인 ‘COVID-19’ 병원체 사이의 관계에 대하여 인류 문화, 역사를 추적, 조사한 데이터와 상상력에 의해 선택한 이미지들을 판넬에 첨가함으로써 소리와 어우러진 설치 작업이 생태 환경이자 상징적 공간으로서의 의미를 갖게 만드는 컨텍스트를 조성하는 것에 세심한 노력을 기울인 것을 보게 된다. 이러한 준비 작업을 하게 된 것은 이와 같은 생태 환경적 맥락이 작가가 작업에서 지향하는 지점과 이 공간에서의 생성되는 여러 가지 소리들에 대한 관객의 수용적 태도가 적절한 영역에서 마주하도록 만들 수 있을 것 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송주관 작가는 이 공간에 두 가지 음향을 디자인을 더하게 되는데 그 하나는 사인파(Sine wave)의 단순음이고 다른 하나는 입자(granular) 단위 사운드이다. 작가는 이 두 가지 음향 방식으로 인류 역사를 선형적인 사인파에 비유하는가 하면 기생 생물인 ‘COVID-19’ 병원체를 비선형적인 입자 단위의 사운드에 비유 하기도 한다. 양자역학에서 빛과 물질의 파동-입자 이중성을 연상케 하는 송주관 작가의 사운드로 변환된 시각과 청각을 위한 생태환경으로서의 공간에 대한 설계 방식은 우리 시대가 ‘COVID-19’를 하나의 실체로 주목하게 된 것도 결국 인류 역사의 파동 속에서 이미 공생적 관계에 있었던 병원체 중 하나에 대한 ‘관찰자 효과’에 불과하다는 작가의 시각을 암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수축과 팽창 - 세계의 상징적 구조

 한편 임수빈 작가의 작업은 세계와 인류 역사의 선형적 양상보다는 순환적 원리라고 지칭할 수 있는 지점에 작업의 초점을 맞춘다. 작가는 ‘COVID-19’라는 병원체의 침투나 인류 역사의 흥망성쇠 역시 생명체가 호흡을 위해 들숨과 날숨을 반복하는 것처럼 팽창하고 수축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하나의 표면적 현상이라는 관점을 제안한다. 작가는 작업에서 자연에서 생명체가 생성되고 진 화하는 과정은 인류 역사의 진보 과정과 극명하게 대비됨을 보여주게 되는데 흰색과 검정색의 사각평면이 특징적으로 드러나 있는 큐브 형태의 팩은 하나의 쌍이 되어 한쪽이 팽창할 때 다른 한 쪽은 수축되는 방식으로 작동되게 함으로써 일견 대립적 관계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상보 적일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게 된다. 또한 자신의 작업이 프랙탈적 구조에 기반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는 임수빈 작가는 세계의 변화라는 것은 수축과 팽창이라는 가장 단순한 원리가 반복되는 가운데 일어나는 작은 차이들의 만들어낸 결과로 파악한다. 그런데 이 작은 차이들은 초 기에는 극히 작은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반복 과정에서 만들어낸 변화는 결코 단순한 것이 아님 을 강조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COVID-19’가 현상적으로 두드러져 보이는 것이나 인류 역사 속에서 드러난 인간의 욕망, 특별히 이 작가들이 ‘잉여 욕구’라고 지칭하는 부분이 만들어낸 과도한 팽창과 수축으로 보이는 상황 역시 무한히 극대화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임계점에 이르게 되면 상황은 역전되고 다시 역전되는 일이 반복될 수 밖에 없는 것임을 극히 단순화된 작업 프로세스를 보여주게 된다. 작가는 이러한 작업들을 통해 인간을 포함한 자연과 세계 속에 내장된 전(全) 우주적 알고리즘에 대해 직감할 수 있는 감각 공간을 창출해내고자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송주관 작가와 임수빈 작가가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고 있는 작업에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팬데믹 시대의 사회적 현상이나 인간 공동체가 느끼게 되는 심리적 상황과 같은 현 실의 영역을 그대로 드러내지는 않는다. 그러나 인간 내부에 기생하면서 인간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병원균과 인간의 외부 환경에 대해, 그리고 인류의 진보 및 팽창 과정과 함께 이후 현재의 위축된 사회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몇 가지 근거들을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이 일련의 작업들에서 특별히 주목하게 되는 지점은 작가들이 현재의 사태를 인간 중심적 시각 아래 고찰해왔던 것에서 벗어나 전 우주적 알고리즘에 대해 메타적 차원에서 고찰하는 방식으로 기존 관점과 태도로부터 의 변환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보면 이들이 제시하고 있는 “COVID 19 : 공동 진화의 가능성”이라는 명제는 인간 중심적 시각에서 현재 당면한 병원체와의 관계를 어떻게 수용해야 할 것인가라는 차원의 문제로 보기 보다는 전 우주적 알고리즘의 지평으로부터 ‘생명체간의 공동진화를 어떻게 고찰하여야 할 것인가’라는 차원의 문제로 확장시켜 고찰해 보아 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근대주의가 만들어낸 인간 주체라는 중심주의적 시각은 탈근대 이후 해체주의적, 다원주의적 시각으로 변모하면서 포스트 휴머니즘의 도래를 예고해왔다. 그런데 이제 ‘COVID-19’는 그것을 가속화시키는 촉매제로 작동하게 된 상황인 것이다. 이 시대는 이처럼 인간들에게 기존의 시각적 지평으로부터 변환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번 전시에서 작가들은 우리가 그 전환점에 와 있다는 사실을 그들 작업에 담겨 있는 이야기 구조를 통해 은밀 한 메시지로 전해주고 있다.